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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가 되자/History & Strategy

지모 - 제5기 진화타겁(趁火打劫) 물에 빠졌을 때 화살을 쏴라

by 처음처럼5 2009.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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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모에서 다섯번째로 소개되는 계책은 진화타겁(趁火打劫)이다. 이 계책도 전쟁은 물론 정치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널리 애용되는 전략 중 한가지다.

  이 계책은 오승은의 장편소설 "서유기"에서 유래되었는데 원래의 뜻은 다른 사람의 집에 불이 났을 때 혼란한 틈을 타 그 집의 물건을 훔친다 것이다.

  손자병법에도 유사한 전략이 있다. '난이취지(亂而取之)', 즉 '적이 혼란에 빠졌을 때 공격해 취하라'는 말이 있다. 적이 혼란에 빠지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는 내우(內憂), 둘째는 외환(外患), 그리고 내우와 외환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다. 불 속에서 '훔치는' 데는 모름지기 그 시기와 방법이 매우 중요하다.

  진화타겁의 계는 다음의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위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한다. 상대방이 위기에 처하게 되면 적은 힘을 들이고도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다.

  2)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진다. 상대방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기회를 이용해 다시 한 번 더 큰 위기 상황을 만들어 상대방을 사지로 밀어넣는 것이다.

  3) 도와주는 척 하며 상대방의 뒤통수를 친다. 불을 끄는 척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이익을 취하거나 새로운 '불'을 놓는 방법이다.

  4) 한 편이 되어 이익을 나눈다. 제3자가 불을 놓아 그 기회에 이득을 얻으려고 할 때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그 다음, 일이 성공하면 공에 따라 이익을 나눈다.

  진화타겁의 대표적인 사례는 관도대전 이후 조조가 원소의 두 아들 원담과 원상을 제거한 일이다. 원소는 관도대전의 참패로 세상을 뜨고 말지만 여전히 하북 지역의 그의 세력은 막강했다. 조조가 하북을 공격했을 때 그 두 아들은 서로 힘을 합친 관계로 조조는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곧 두 형제 사이에 계승권을 둘러싼 다툼이 일어 큰 혼란이 일어났다. 원소군의 모사였던 전풍은 원담과 원상 형제를 말렸지만 그들은 이미 야욕에 눈이 멀어버렸다. 그들이 싸운 결과 조조는 손쉽게 하북을 손에 넣고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도 '호떡집에 불났다'란 속담이 있고 중국 고사성어 중'어부지리'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진화타겁의 생활 활용 지혜로써는 1) 지혜로써 악인을 벌한 왕희지 2) 중원을 차지한 다이곤 3) 저가에 오토바이 공장을 사들인 중국의 자전거 회사 4) 장자권을 뺏은 야곱 5) 불길 속에서 기밀을 훔친 KGB 등 총 11가지다.

  비즈니스에서 응용되는 사례도 많다. 현대자동차가 파업에 들어가 혼란할 때 경쟁사인 GM대우나 르노삼성자동차는 특별 판촉행사를 진행해 고객을 끌어모은다. 과거 두산이 대구에서 페놀사건을 일으켰을 때 하이트 맥주는 진화타겁의 계책을 활용, '물' 관련 광고를 대대적으로 론칭 맥주 시장의 2인자에서 1인자로 단숨에 올라섰다.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당이 계파 간 갈등으로 혼란할 때 야당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 스포츠는 어떤가. 작년말 히어로즈가 가입분담금으로 혼란한 틈을 타 삼성라이온즈는 장원삼 선수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판 니스텔루이가 퍼거슨 감독과의 갈등으로 어수선할 때 레알 마드리드는 비교적 저렴한 몸값에 그를 데려와 전력을 보강했다.

* 걸프전도 미국이 사용한 진화타겁의 한 사례다. 걸프전에서 활용된 M551 A1 셰리던 전차(사진 출처 : Naver 백과사전)

  국제 관계를 볼까. 미국은 이라크에서의 유전 개발에 관한 권리를 얻기 위해 진화타겁의 계책을 이용한다. 지난 91년 1월 미국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계기로 이라크와 걸프전을 발발시켜 혼란한 틈을 만든 다음 쏠쏠한 실속을 챙겼다.

  상대방이 펼치는 진화타겁의 계책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 세력 간의 갈등을 유발하지 않거나, 유발된 갈등을 조기에 해결해 상대가 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존슨앤존슨이 독극물이 입혀진 타이레놀로 인한 사망 사건이 일어났을 때 취한 조치를 보라. 수억 달러의 손해를 감수하고 신속히 사과하고 해당 제품을 리콜해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다. 바이엘 등 경쟁사가 진화타겁의 계책을 쓰기도 전에 방어를 한 것이다. 내부를 다스려 불을 내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어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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