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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한 4대강 예산이라니?

by 처음처럼5 2009.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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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을 하면서 집어든 석간 문화일보의 1면 톱기사 정부 '준예산 집행' 초읽기 읽어 내리다가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고 싶지않은  단어를 만났다.

  바로 이 나라의 행정 수반인 대통령의 발언이다. 한 번 볼까.

  이 대통령은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한 4대강 예산을 볼모로 예산안 전체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일보가 조중동을 능가하는 친정부 신문인 것은 알고 있기에 대략의 내용과 흐름은 그렇다 치고 이명박 대통령의 멘트는 정말 그가 이 나라의 지도자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5조 4천억원이 적은 돈인가?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한 5조 4천억원이란 돈.  사실 예산안에 별 관심이 없어 도대체 4대강 예산이 얼마로 잡혔는지조차 알고
있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무려 5조 4천억원이었다. 오늘까지 4대강 예산이 이렇게 큰 규모인지 사실 몰랐었다.

  역산을 하면 전체 예산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약 450조원 규모가 된다. 전체 예산안이 있다면 한 번 들여다보고 싶다. 국방비, 교육비, 사회복지비 등등 각각의 예산 규모를...

  우리 대통령께서는 얼마나 통이 크시길래 5조 4천억원이 적게 보이실까.

  전체 예산의 1.2% 밖에 안되는 예산항목이라면 대충 넘어가도 된다는 말씀이실까.

* 어떤 예산도 **%에 '불과'할 수는 없다. (사진: 뉴시스)



말에는 그 사람의 사고가 담겨 있어


  말꼬리를 잡고 비판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지만 한 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의 발언이라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충분하다. 그 사람이 뱉는 말에는 그 사람의 평소 사고방식과 철학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이라면 알겠지만 최근 경기 침체와 맞물려 기업들의 비용절감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에는 간단히 넘기던 비용도 그 필요성을 여러번 심사하고 더 절감할 방법이 없는지 살펴본 후 집행을 결정한다.

  절감한 비용은 고스란히 기업의 영업이익으로 남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공무원 사회의 이런 부분들을 바로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서울시장 재임시절에도 그랬다. 그가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무엇이기에 그의 사고에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까? 국민의 70%가 반대한다고 알려진 이 사업을 TV 토론을 빙자한 설명회를 통해 잠시 정당성을 주장한 것으로 밀어붙이는 근거를 삼은 것
이란 말인가.

  4대강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가 그의 머리에 없었다면 어찌 1.2%에 불과하단 이런 얘기가 나올 수 있을까?
 
  그 1.2%는 대부분 우리 같은 월급쟁이들과 소상공인들의 피땀흘린 노력이 들어가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기업가 정신을 가진 CEO 출신 대통령이라면 어떤 예산도 '불과'할 수는 없다. 1.2%나 되는 예산이 되어야 한다. 0.1%도 어떻게 절감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정부가 되어야 된다는 말씀이다.


0.23%에 불과한 세종시 예산은 왜 줄였나

  세종시 예산은 참여정부 때의 '행정중심복합도시 중기 재정계획' 보다 3300억원 가량 준 6591억원으로 편성되어 있다.

  당초 계획조차 전체 예산의 0.23%에 불과하다. 그것마저 삭감해서 0.15%로 비중을 낮췄다. 왜? 이 돈은 아까우신가? 


  4대강 개발 사업이 옳다, 세종시 원안 수정이 틀리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은 아니다. 예산은 한 나라의 1년 살림인 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예산 따먹기 논란, 연말 되면 남은 예산 소진하기 등 국민들이 느끼는 불신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들이 혁신되고, 정부 기관들이 과거보다 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으로서 최고 지도자의 국민을 배려하는 모습, 예산을 알뜰하게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싶을 뿐이다.

  공무원들 급여를 담보로 야당을 압박하지 마시고 소통을 통한 연내 예산안 통과를 당부드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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