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의미
현대 사회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기란 너무나 힘들게 되었다. 우리의 언어습관마저 소유가 지배하고 있다. I am이 사라지고 I have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나는 괴롭다 (I am struggling)’라는 말 대신 ‘나는 문제를 갖고 있어 (I have a problem)’라고 표현하면서 우리는 문제마저도 소유하게 된다. 우리의 존재에 대해 사고하는 대신 우리는 손쉬운 검색의 방식을 선택한다. 검색이라는 행위도 누군가 소유하고 있는 지식에 대한 접근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검색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지하에 있던 데카르트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까무러칠 노릇이다.
인간관계에서도 상대가 가진 것으로 인한 활용 가능성에 초첨을 두기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가진 매력과 본질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상대자를 찾는 일에서도 본질 보다 소유에 집중해 평탄한 결혼 생활을 지속하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존재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포츠의 세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스포츠팀 스카우터가 신인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그 선수의 성적도 참고하지만 그 선수의 본질적인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야구를 예로 든다면 투수의 경우 볼스피드, 구종, 제구력, 체력, 성장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것이다. 그 선수의 고등학교 성적은 조작이 가능하다. 쉬운 팀 상대로만 등판해 승리를 거두었다면 그 성적은 고평가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성적이 ‘소유’한 것이라면, 다른 본질적인 경쟁력은 바로 ‘존재’의 영역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소유론적인 사고방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괜히 ‘무소유’를 주장할 필요도 없다. ‘무소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I have’ 보다는 ‘I am’ 이라는 사고 방식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는 이 점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살을 선택하는 이유도 나자신의 존재론적인 의미에 앞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관적인 미래가 두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케팅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팔 것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어떤 상품을 만들 것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상품 본연의 경쟁력을 높인다면 프로모션이나 채널 비용은 훨씬 줄어들게 될 것이다. 경쟁사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고 많은 광고를 통해서 인지도만 끌어올리는 일은 너무 쉬운 방법이라 유혹적일테니 말이다.
독서와 공부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 어떤 책을 읽었다, 어떤 지식을 습득했다, 어떤 수업을 마쳤다 등 갖가지 다른 소유 방식에 집중해 왔다. 어떤 책을 독파한 것이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그 책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말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자신만의 해석과 적용사항이 있어야 한다. 존재론적인 의미에서 어떤 수업을 듣는다면 미리 수업의 내용을 파악하고 나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에 대해 고민하며 강의자가 하는 말을 무작정 메모하고 노트해서 암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부분과 비교하며 강의 내용을 습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동안 내가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했던 것도 지식을 너무 소유만 하고자 한 나자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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