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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가 되자/History & Strategy

지모 - 제6기 성동격서(聲東擊西) 왼손을 내미는 척 하다가 오른손으로 쳐라

by 처음처럼5 2009.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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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동격서(聲東擊西)는 앞서 소개한 제8기 암도진창(暗渡陳倉, 남몰래 진흙길을 건너라)과 더불어 전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적인 속임수 중의 하나이다.

  글자 그대로 동쪽에 소리를 낸 후(동쪽을 칠 것이라 말하고) 서쪽을 공격한다는 내용으로 거짓된 정보로 적의 방비를 허술하게 만든 뒤 공격해서 승리를 거두는 전략이다.

  '역대명장사략'에 나오는 대로
  '동쪽을 치고 싶으면 서쪽을 공격하는 척하고 서쪽을 공격하고 싶으면 동쪽을 치는 척하라. 나아가고 싶으면 후퇴하는 척하고 후퇴하고 싶으면 나아가는 척하라'는 말

  이 전략은 이중스파이를 침투시켜 적의 정보망을 적절히 활용하면 더욱 성공 확률이 높다. 

  성동격서는 다음의 4가지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1) 이곳 저곳을 다 공격한다. 적이 나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적은 수동적으로 방어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시간이 길어지면 적은 반격할 힘은 이미 없어져 버린 후다.

  2) 재빨리 치고 빠진다. 적이 내가 공격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공격하지 않고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 때 갑작스럽게 습격한다.

  3) 거짓공격을 개시한다. 갑이라는 지역에 거짓 공격을 가해 적의 주의를 집중시킨 후 적이 병력을 갑에 투입할 때를 기다려 급작스럽게 '을'을 맹공한다.

  4)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한다. 동쪽을 공격했다가 서쪽을 공격했다가 하면 적은 자신의 주력부대를 잘못된 곳에 투입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적의 가장 강한 부분을 피하고 약한 부분을 칠 수 있게 된다.

  1983년 미군이 그레나다를 기습 공격해 8일만에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은 현대판 성동격서의 활용 사례로 유명하다.

  미국은 그레나다를 침공하기 한 달 전 중동지역의 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2개의 함정을 중동에 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며칠이 지나 미군 함정은 중동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갑자기 그레나다로 항로를 바꾸었고 그레나다 인근에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에 훈련을 핑계로 한 특수부대와 무기들, 카리브 7개 국가 경찰들까지 그레나다 인근에 집결했다. 그리고 이튿날 대규모의 공세를 감행해 미처 저항하지 못한 그레나다를 손쉽게 장악할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되는 성동격서의 활용 사례로는 1) 백마성의 포위를 푼 조조 2) 당당하게 감옥을 나간 도둑 3) 네 번 츠수이허를 건넌 마오쩌뚱 4) 해적으로 위협해 군도를 사들인 일본 5) 알라마인 전선을 무너뜨린 영국군 등 총 9가지가 소개되고 있다.

  바둑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해설자들이 성동격서 수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셨으리라. 적의 우상귀쪽을 30분 가까이 쳐다보며 장고를 한 후 막상 손은 다른 쪽을 향한다. 상대 기사는 그쪽의 방어에 대해 고민하고 다른 쪽에 둔 돌과의 연관성을 고민하게 된다. 혹은, 상변을 두텁게 만든 후 우변 쪽의 약한 돌들을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력으로 흡수시켜 버리기도 한다.

* 세종시 원안 수정이 성동격서의 사례가 되지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정치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정권을 보라. 언론에 나오는 이명박 대통령은 항상 서민과 함께다. 길거리에서 어묵을 먹고, 재래시장의 상인들의 고충을 들으며, 친서민 정책과 서민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정책은 어떤가. 서민을 위한 것보다는 오히려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이 더 많지 않은지. 세종시 문제도 마찬가지다. 말로 만드는 교육과학도시? 나중에 또 말로만 사과할 지 누가 알겠는가.

  대형 M&A 추진시 기업들은 전혀 관심없는 척하지만 실제로 이는 매물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성동격서 전략인 경우가 많다. 하나로텔레콤 인수시 SKT와 LG그룹은 인수 의향서를 내기 전까지도 '관심없다', '정해진 바 없다'는 공식적인 의견을 발표했다. 하지만, 결국은 돈싸움이 되어 SKT가 승리하지 않았는가.

  프로야구에서도 흔히 이 전략을 볼 수 있다. 과거 선발투수 예고제가 아닌 경우엔 더 했다. '내일은 왼손투수를 내보낼까 한다'라고 슬쩍 흘린 후 실제로는 오른손투수를 낸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발야구로 승부하겠다'고 밝힌 후 실전에서는 홈런포를 쏘아올린다. 축구에서 스타선수 부상설을 흘려 상대를 방심하게 하거나 상대의 로스터에 변화를 가져오는 전략도 역시 성동격서에 해당한다.

  이처럼 애용되는 성동격서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역시 상대의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입체적인 각도에서 그 진위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말과 연계되는 상대의 행동을 보라. 언론에 나오는 모습만 보지말고 실제 그의 일상을 관찰하다 보면 그 말의 진위가 가려질 것이다.

  세종시를 행정중심복합도시보다 나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을 하셨다면 적어도 지난 한 달 중 1주, 아니 단 며칠만이라도 충청 지역에 가서 그들의 생활도 보고, 형편도 챙기고, 지역민들도 만나고 하셔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도 나올 것이고, TV에서 말씀하신 내용에도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우린 더 이상 그대들의 성동격서에 당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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