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11월 전자신문 '현장에서' 코너에 기고한 글입니다.
브랜드란 말은 약 5천년 전 앵글로-색슨족이 자기 소유의 가축을 표시하기 위해 달군 인두로 낙인을 찍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브랜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별도 브랜드관리팀을 두고 있으며, 브랜드 컨설팅 전문 업체들도 많이 생겨났다. 또한 기업이나 상품 이미지 변화를 위해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바꾸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브랜드 가치는 무엇일까? 그 브랜드를 접하는 고객이 느끼는 신뢰성, 고급성, 전문성 등으로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브랜드는 비즈니스에만 존재하는가.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는 전쟁에도, 그리고 스포츠에도 존재한다. 필자가 역사를 읽으면서 브랜드를 본 것은 그 유명한 포에니전쟁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브랜드는 ‘한니발’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은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략한 후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로마병사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한니발 브랜드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최고의 브랜드가 영원히 최고인 것은 아니었다. 한니발을 누르고 로마의 영웅이 된 ‘스키피오’는 최고 브랜드를 꺾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동양에도 있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관운장’,‘상산 조자룡’브랜드는 그 이름만으로도 상대편의 발을 얼어붙게 만드는 위력이 있었다.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가치를 높인 ‘와룡봉추’브랜드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있지 않은가. 일본 수군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충무공’브랜드. 스포츠에 존재하는 브랜드도 사례가 많지만 한 가지 예만 든다면 필자는 ‘사이영(Cy Young)’브랜드를 꼽겠다. 바로 최고투수 브랜드가 아닌가.
기업들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매스광고도 하고, 스포츠마케팅도 한다. 포에니전쟁 시대에 TV가 있었다면 한니발이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시간은 상당히 단축됐을 것이다. 브랜드 가치는 홍보나 광고 뿐 아니라 고객이 함께 만들어 갈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 고객의 입소문을 통한 브랜드 가치 상승이 조금 더디 걸릴지라도 위력도 크고 효과도 오래 간다. 한니발과 충무공이 전장에서 연전연승을 해 자신의 브랜드를 높인 것처럼 말이다. 일부 기업들이 브랜드만 바꾸거나, 일류 브랜드를 접목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믿고 있지만, 이에 뒤따르는 제품과 고객서비스 품질의 향상이 없다면 그 효과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마치 무도회에 나타난 재투성이 아가씨 신데렐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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