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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오랜만에 명경기를 봤다. 바로 오늘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이었다. 삼성팬으로서 2003년이었나 현대와 세 번의 무승부를 이루며 9차전까지 가서 안타깝게 진 이후 가장 감격스러운 시리즈였다고 기억된다. 역전과 재역전, 분투와 좌절, 그리고 감동까지... 스포츠란 이름이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들의 결정체가 바로 오늘과 같은 경기라고 볼 수 있다.
오늘 경기는 SK가 여러모로 유리했다. 선발에서도 글로버가 구톰슨보다 컨디션이 좋았고, 어제의 승리로 분위기도 올라운 터였다. 아울러, 선제점에 3점차까지 리드하면서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다. 오늘 경기의 승부처는 6회말이었다. 5회말 KIA가 한 점을 따라붙은 뒤 SK는 6회초에 두 점을 더 뽑아내 5-1로 완전 승기를 잡았다. 이에 앞서 5회말이 SK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웠다. 선발로 호투하던 글로버를 너무 일찍 강판시킨 것이 피로가 쌓여있던 불펜들에게 과부하를 불러 온 것으로 귀결됐다. 글로버는 4회까지 퍼펙트게임을 하다 5회 첫안타를 맞고 1점을 준 후 연속 4구를 허용해 2사 1,2루 상황에서 이용규를 만났다. 이용규가 컨디션이 별로였지만, 좌투수에 약하고 분위기를 끊고 싶었던 김성근 감독은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글로버를 내리고 이승호를 올린다. 이 위기는 잘 막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후 불펜이 무너진 것을 보면 글로버를 좀 더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회 투구수가 많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81개 밖에 안 던졌고 볼스피드도 더 올라온 상황이었으며, 공도 구석구석 제구가 잘되고 있었다. 글로버가 6회 정도까지만 막게 했더라면 이후 불펜 운용이 아주 용이했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흐름을 잘 끊고, 투수의 컨디션을 잘 조절해 교체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야신은 오늘 조급하게 선발을 내리고 믿을맨들을 활용하다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7차전이라는 막다른 골목, 10명 가까운 가용한 투수 자원 등을 믿고 특유의 벌떼 마운드로 4점차를 막아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제 이승호도 KS에서만 5게임, 고효준은 6게임이나 등판했다. 두산과의 PO 혈투까지 감안한다면 그들의 정신력도 한계에 다달았으리라. 가도쿠라, 채병용 등 선발 자원까지 투입 대기한 상황이라 투수교체를 서둘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KIA는 6회 이 경기의 히어로인 나지완이 이승호를 상대로 2점홈런을 때려 점수차를 좁혔다. 이어, 김상현의 4구에 이어 이종범이 들어서자 조범현 감독은 대타로 차일목을 올린다. 차일목 카드는 물론 장타력으로 2점차를 한 번에 뒤집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구위가 좋던 이승호를 끌어내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대로 가는가 했지만 결국 이승호를 가도쿠라로 바꾸면서 이후 경기 분위기가 KIA로 넘어갔다. KIA는 지친 SK 불펜을 상대로 어렵게 동점을 만들고, 9회말 드라마같은 극적인 역전홈런을 쏘아올리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나지완의 홈런은 팀의 우승, 개인의 MVP 수상과 더불어 한국시리즈에 10번 올라가 모두 우승한 전통의 명가 해태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갔다는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우리 야구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이는 3년전 SK 사령탑으로 복귀한 김성근 감독의 공이 아주 크다. 세밀하고 수비가 강하며, 데이타에 기반한 각종 작전들. 무한 경쟁과 실력 위주의 선수 라인업 구성 등 그 동안 이름값에 의존하고 큰 것 한방에 기대던 한국야구를 많이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번 KS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5차전 감독 퇴장, 사인주고받기 의혹, 선수들 간의 신경전까지 축제의 의미를 퇴색케 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이런 시비의 중심에는 항상 SK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승부욕이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어쨋든 오늘 KIA의 우승으로 올해 프로야구는 끝났다.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는 KIA 선수들, 그리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SK 선수들 모두가 승자라고 부르고싶다. 그들의 눈물에 나도 따라 눈시울이 적시어온다. 그 만큼 노력했고, 또 그만큼 열망했으리라. 최선을 다해 경기한 그들이 그래서 자랑스럽고, 또 아름다운 것이다. 승자와 패자의 포옹은 더욱 아름답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 사진출처 : OSEN, 노컷뉴스
오늘 경기는 SK가 여러모로 유리했다. 선발에서도 글로버가 구톰슨보다 컨디션이 좋았고, 어제의 승리로 분위기도 올라운 터였다. 아울러, 선제점에 3점차까지 리드하면서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다. 오늘 경기의 승부처는 6회말이었다. 5회말 KIA가 한 점을 따라붙은 뒤 SK는 6회초에 두 점을 더 뽑아내 5-1로 완전 승기를 잡았다. 이에 앞서 5회말이 SK 입장에서는 무척 아쉬웠다. 선발로 호투하던 글로버를 너무 일찍 강판시킨 것이 피로가 쌓여있던 불펜들에게 과부하를 불러 온 것으로 귀결됐다. 글로버는 4회까지 퍼펙트게임을 하다 5회 첫안타를 맞고 1점을 준 후 연속 4구를 허용해 2사 1,2루 상황에서 이용규를 만났다. 이용규가 컨디션이 별로였지만, 좌투수에 약하고 분위기를 끊고 싶었던 김성근 감독은 승리투수 요건에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글로버를 내리고 이승호를 올린다. 이 위기는 잘 막았지만 결과론적으로 이후 불펜이 무너진 것을 보면 글로버를 좀 더 끌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회 투구수가 많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81개 밖에 안 던졌고 볼스피드도 더 올라온 상황이었으며, 공도 구석구석 제구가 잘되고 있었다. 글로버가 6회 정도까지만 막게 했더라면 이후 불펜 운용이 아주 용이했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흐름을 잘 끊고, 투수의 컨디션을 잘 조절해 교체를 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야신은 오늘 조급하게 선발을 내리고 믿을맨들을 활용하다 뼈아픈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7차전이라는 막다른 골목, 10명 가까운 가용한 투수 자원 등을 믿고 특유의 벌떼 마운드로 4점차를 막아보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제 이승호도 KS에서만 5게임, 고효준은 6게임이나 등판했다. 두산과의 PO 혈투까지 감안한다면 그들의 정신력도 한계에 다달았으리라. 가도쿠라, 채병용 등 선발 자원까지 투입 대기한 상황이라 투수교체를 서둘렀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KIA는 6회 이 경기의 히어로인 나지완이 이승호를 상대로 2점홈런을 때려 점수차를 좁혔다. 이어, 김상현의 4구에 이어 이종범이 들어서자 조범현 감독은 대타로 차일목을 올린다. 차일목 카드는 물론 장타력으로 2점차를 한 번에 뒤집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구위가 좋던 이승호를 끌어내리려는 목적도 있었다. 그대로 가는가 했지만 결국 이승호를 가도쿠라로 바꾸면서 이후 경기 분위기가 KIA로 넘어갔다. KIA는 지친 SK 불펜을 상대로 어렵게 동점을 만들고, 9회말 드라마같은 극적인 역전홈런을 쏘아올리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나지완의 홈런은 팀의 우승, 개인의 MVP 수상과 더불어 한국시리즈에 10번 올라가 모두 우승한 전통의 명가 해태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갔다는데에도 큰 의의가 있다.
우리 야구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이는 3년전 SK 사령탑으로 복귀한 김성근 감독의 공이 아주 크다. 세밀하고 수비가 강하며, 데이타에 기반한 각종 작전들. 무한 경쟁과 실력 위주의 선수 라인업 구성 등 그 동안 이름값에 의존하고 큰 것 한방에 기대던 한국야구를 많이 변화시켰다. 하지만, 이번 KS는 다소 아쉬운 점이 많다. 5차전 감독 퇴장, 사인주고받기 의혹, 선수들 간의 신경전까지 축제의 의미를 퇴색케 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이런 시비의 중심에는 항상 SK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보면 승부욕이 조금 과한 것이 아닌가 한다.
어쨋든 오늘 KIA의 우승으로 올해 프로야구는 끝났다. 기쁨의 눈물을 쏟아내는 KIA 선수들, 그리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린 SK 선수들 모두가 승자라고 부르고싶다. 그들의 눈물에 나도 따라 눈시울이 적시어온다. 그 만큼 노력했고, 또 그만큼 열망했으리라. 최선을 다해 경기한 그들이 그래서 자랑스럽고, 또 아름다운 것이다. 승자와 패자의 포옹은 더욱 아름답다. 벌써부터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
* 사진출처 : OSEN,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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