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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가 되자/History & Strategy

지모 - 제9기 격안관화(隔岸觀火) 무대 밖에서 무대 안의 배우를 움직여라

by 처음처럼5 2009.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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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략의 원뜻은 '강 건너 불구경한다'이다. 즉, 다른 사람이 위기에 처했을 때 손을 놓고 스스로 몰락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계책을 이용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먼저 구경할 '불', 즉 적을 혼란에 빠뜨릴 사건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 막아줄 '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경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①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한다 ② 조용히 몰래 훔쳐본다 ③ 한 걸음 물러서 멀리서 구경한다 ④ 같이 행동하며 사태를 지켜본다.

  이 계책은 다음의 세 가지 뜻으로 나눌 수 있다.

  1) 먼저 손을 쓰면 이길 수 없다. 너무 성급하면 실패할 수 있으니 강 건너 '불구경' 하면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2) 산에 앉아 범이 싸우는 것을 구경한다. 외부의 문제가 심각해지면 내부의 분열은 완화된다. 그리고 외부의 문제가 해결되면 내부의 충돌은 더욱 격렬해지기 마련이다.

  3) 어부지리를 얻는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그 이익을 제3자에게 빼앗길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천재적 책략가 곽가

   삼국지의 조조가 하북을 평정할 때 사용한 계책이 바로 '격안관화'이다. 조조의 진화타겁 계책에 당해 전쟁에서 패한 원소의 두 아들 원상과 원희가 요동 태수 공손강에 몸을 의탁했다. 하후돈 등 장수들이 힘을 모아 후환을 제거해야 한다며 공손강을 치려 하자 조조는 "제공의 호위를 빌릴 필요도 없을 것 같소. 며칠 후면 공손강이 두 원씨의 머리를 가져올 것이오"라고 느긋하게 말할 뿐이었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공손강은 원씨 형제 머리와 함께 투항서를 보내왔다. 여러 장수들은 모두 크게 놀라 조조의 귀신같은 혜안에 감복했다. 조조는 도리어 크게 웃으며 모사 곽가가 죽기 전에 조조에게 남긴 편지를 꺼내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듣건대 원희, 원상이 요동에 가서 가담했다 하니 명공께서는 절대 군사를 쓰지 마십시오. 공손강은 일찍부터 원씨들이 요동을 병탄할까봐 두려워하였는데 이번에 두 원씨가 가담하였으니 반드시 이를 의심할 것입니다. 만약 군사로 치신다면 그들은 힘을 합해 항거할 것이나, 늦추어 준다면 공손강과 원씨는 반드시 서로 도모하려 할 것입니다."

  조조 진영의 최고의 모사였던 곽가다운 혜안이었으며, 이 덕분에 조조는 위험부담이 큰 요동 원정을 감행하지 않고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다른 얘기지만 3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곽가의 수명의 조금만 더 길었어도 삼국통일의 시기는 훨씬 당겨졌을 거라는 견해도 있다.

  책에서 소개되는 격안관화의 활용 사례로는 1) 진 혜왕을 설득시킨 진진 2) 한발 늦게 한을 구한 손빈 3) 중일전쟁 중의 '어부' 4) 처칠의 '격안관화' 등 총 8가지다.

* 트레이드 파문을 겪고 있는 이택근 선수(사진출처: 스포츠한국)

  최근, 프로야구계에 핫이슈는 히어로즈의 선수 트레이드 건이다. 지난주 LG트윈스는 히어로즈와 외야수 이택근 선수를 받고 2군선수 2명과 25억원을 주는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작년 이맘때 삼성라이온즈가 장원삼 선수를 받고 2군선수 1명과 30억원을 주는 트레이드의 복사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트레이드에 대한 타구단들의 반응이 작년과는 사뭇 다르다. 작년에는 삼성과 히어로즈를 제외한 6개 구단이 경기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강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올해는 어떤가. 대놓고 반대하기 보다는 KBO의 결정을 기다리는 편을 택했다. 물론, 이는 나머지 구단들 또한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거나, 추진하려 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와 함께 '격안관화'의 전략이 숨어 있다.

  즉, LG트윈스와 히어로즈, 그리고 KBO의 싸움(불)을 구경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어부지리를 얻겠다는 속셈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택근의 트레이드가 백지화 되면 LG트윈스와 히어로즈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혹시 KBO가 승인한다면 자신들도 각자의 카드를 꺼내 눈치 볼 필요 없이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괜히 누군가를 두둔하다가는 명분도 잃고 실리도 놓치는 한심한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다. 그저 기다리며 구경하는 것이 최선의 계책인 것이다.

  사실, 때를 기다리는 것만틈 어려운 일도 없다. 가만히 두면 분란이 일어나야 할 일도 저절로 해결되기도 하고, 너무 질질 끌다 보면 자신도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가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격안관화의 계책을 성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의 복잡 미묘한 관계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함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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