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략가가 되자/History & Strategy

지모 - 제10기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을 감추다

by 처음처럼5 2010. 1. 2.
728x90
  2010년 경인년 새해를 맞아 처음 소개하는 지모의 전략은 소리장도(笑裏藏刀)이다. 

  이 계책은 당대시인 백거이의 '무가도(無可度)' 중에 나오는 말로 글자 그대로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다'는 뜻이다. 웃음에는 진실한 웃음과 거짓 웃음이 있고 거짓으로 웃는 사람들은 날카로운 칼을 그 속에 감춰 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런 무서운 사람에게 속지않기 위해서는 아첨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병법에서는 '적의 언사가 겸손하면 반드시 흑심을 품고 있는 것이기에 늘 경계하라'고 말하고 있다.

  적의 힘이 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고 적과 나의 충돌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을 때 이 계책을 이용할 수 있다. 이 계책을 성공적으로 운용하려면 자연스럽고 진실하며 적당한 정도를 지키는 '웃음'이 필수적이다. '웃음'이 거짓처럼 보여서는 상대가 오히려 경계심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기회를 봐서 칼을 뽑아야 하는데 공개적으로 혹은 비밀스럽게 뽑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칼을 뽑았다면 적이 맞서지 못하도록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소리장도'에는 다음의 세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다.

  1) 달콤한 말 속에 검을 숨긴다. 내뱉는 말은 꿀보다 더 달콤하지만 마음 속에는 적을 죽일 수 있는 날카로운 칼을 품는다.

  2) 부드러운 태도를 취해 살의를 숨긴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선량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뼛속에는 적에 대한 독을 품는다.

  3) 겉으로 순종하는 척한다. 상대방에게 성김껏 복종하지만 마음으로는 딴 뜻을 품고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적을 제압한다.

  책에서 소개되는 '소리장도'의 활용 사례로는 1) 정략 결혼으로 호를 멸망시킨 정무공 2) 아첨의 달인 안녹산 3) 조위의 웃음 4) 강도를 물리친 오 낭자 5) 유다의 키스 등 총 12가지다.

* 사진과 캡션 출처 : 국민일보

  지금은 명맥이 거의 끊어졌지만 과거 웃음 속에 날카로운 칼을 감춘 풍자와 해학의 개그가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故 김형곤 씨다. 그는 언론과 방송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던 5공과 6공 군사정권 시절 당시 인기 코미디 프로 '유머일번지'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등의 코너를 통해 의미있는 메세지들을 웃음이란 코드로 전달했다. 이후 전현직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 성대묘사 등을 통해 '풍자개그' 전성기를 맞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정권과 시청자의 거부감도 줄일 뿐 아니라 메시지의 전달 강도도 커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실제 이런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풍자개그를 찾아보기 힘들 뿐 아니라 그 해학의 강도도 많이 약해졌다. 명절 때면 으례 방송하던 '마당놀이'도 이러한 풍자의 일종으로 '소리장도'라고 볼 수 있다.

  2009년 한 해는 '1박2일', '무한도전', '패밀리가 떴다', '우리 결혼했어요' 등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전성기였다. 이런 프로그램들도 나름 재밌긴 하지만 전하는 웃음 속에 날카로운 현실 비판의 메시지도 숨겨 놓은 그런 제대로 된 소리장도의 '풍자개그'가 다시 한 번 그리워진다. 아울러, 거짓으로 웃는 것이 아닌 진실한 웃음이 가득한 경인년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