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약국체인 CVS케어마크는 회사의 대의명분인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다’를 실천하기 위해 2014년 2월 전국 2,800개 모든 매장에서 담배와 관련된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미국은 약국에서 각종 생필품, 식료품도 함께 판매한다.) 이 결정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약 20억 달러로 예측되며, 대중들은 크게 환호했으나 월스트리트 전문가들은 주당순이익(EPS) 감소 등 회사의 이익이 대폭 하락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떨어졌지만 결론적으로는 미국 전체의 담배 소비가 감소되고 CVS의 주가는 담배 판매 당시보다 2배 가까이 올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당연히 주당 순이익도 1.04달러에서 1.77달러로 증가했다.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
조직과 사람에 대한 명철한 인사이트를 가진 선지자로 알려진 사이먼 사이넥은 골든 서클(Golden Circle)로 유명한 ‘나는 왜 이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란 역대 조회수 3위의 Ted 강연을 통해 ‘Why’란 질문에 모든 존경받는 조직과 리더의 해답이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Why를 연속해서 찾으면 개인과 조직의 대의명분(Just Cause)을 찾을 수 있고 그 대의명분이 구성원과 조직의 적극적인 행동을 불러일으키는(Inspire)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 대의명분은 ‘~~함으로써 ~~한다’라는 형식으로 구성되는데 앞의 ‘~~함으로써’는 공헌(Contribution), ~~한다는 영향력(Impact)의 영역이다. 사이먼 사이넥의 대의명분(Why)은 바로 ‘사람들이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일을 하도록 격려함으로써 다 함께 세상을 바꾼다’이다.
인피니트게임(The Infinite Game)
이 책은 사이먼 사이넥의 최신작으로 ‘세상에 없던 판도를 만든 사람들의 5가지 무한원칙’이란 부제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실질적인 사례를 들어 무한게임 사고를 갖고 있는 회사와 리더의 성공을 보여주며, 반대로 유한게임식 경영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숫자와 단기실적에만 매몰되는 유한게임식 리더는 장기적으로는 고객과 구성원들의 이익을 줄여 조직을 망치게 되며, 회사의 대의명분에 따라 무한게임식 조직 운영을 해온 리더는 단기적인 내외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직을 탄탄하게 만들고 압도적 경쟁우위를 이룩하는 존경받는 경영자가 된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내용이다.
두 가지 게임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게임이 있다. 한정된 시간과 규칙에서 승패가 갈리는 유한게임, 그리고 시간이 무한대로 주어지고 참여자도 제한이 없는 무한게임이 그것이다. 야구와 축구 같은 스포츠게임은 대표적인 유한게임이다. 하지만, 비즈니스는 무한게임이다. 정해진 규칙도 없고, 참여자도 계속 생겨나며, 승패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경영자들은 단기 승패에 연연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종업원을 해고하고, 고객 혜택을 줄이고, 임금과 복지를 축소하며 경쟁사를 물리쳤다고 자랑한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포드자동차로 대표되는 미국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다 독일, 스웨덴, 영국 등 유럽 업체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더니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자동차 회사가 경영효율화를 내세워 세계 시장을 석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속될 것만 같던 이 시장도 테슬라와 같은 전기자동차가 나오면서 대변혁의 시점에 놓여있다.
유한게임식 리더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회사의 구원투수로 투입되는 전문경영인은 당장 재무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눈앞에 놓이게 된다. 전임자의 잘못에 대한 대가로 임원을 교체하고, 직원들을 해고한다. 이에 대해 주주들을 비롯한 월가에서는 큰 환영의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구조조정 작업은 회사를 더욱 벼랑끝으로 내모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고, 고객 보다는주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회사는 결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저자가 대표적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GE의 전설적인 CEO로 평가받았던 잭웰치다. 그는 승리와 1등에 과도하게 집착해 (심지어 ‘잭웰치의 위대한 승리’라는 책도 냈다) 신뢰도를 해치면서까지 오로지 성과에만 집착했다. 잭웰치가 망쳐놓은 GE는 결국 2008년 금융위기 때 정부의 구제금융이 없었더라면 파산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코닥 또한 마찬가지다. 세계 카메라와 필름시장을 주도했던 코닥은 1970년대말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던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채 자신보다 한참 뒤쳐져 있던 후지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코닥의 대의명분이 ‘최고의 실적을 올려 세계 1등 카메라 판매회사가 되겠다’가 아니라, 무한게임식의 ‘카메라를 통해 사람들이 최고의 기억을 남기도록 하여 그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였다면 그들은 지금도 디지털카메라 판매를 통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 않을까?
유한게임식 리더는 실적과 성과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경쟁자는 어떻게든 제거 대상으로 인식힌다. 직원의 신뢰도가 떨어지더라도 성과를 거둔다면 좋은 평가와 금전적인 보상을 함은 물론이다. 유한게임식 리더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면 어쩔 줄 몰라하며 혼란스러워 한다. 그 변수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손해가 발생해 게임에서 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 글을 쓰다 보니 길어져 2편으로 나눠서 올립니다. 2편에서는 무한게임식 리더와 이를 실천하는 용기에 대해서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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