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서 자취하면서 대학교를 다닐 때의 기억이다. 아침 6시경 일어나 옷만 입고 중앙도서관에 가서 자리를 잡고, 다시 집에 와서 아침을 먹고 이후 학교로 등교하는 식의 생활 패턴이었다. 연희동에서 연세대 서문을 이용해 중앙도서관으로 가는 길은 나름 좋은 산책로이다. 서문까지 오르막길을 오른 후 이과대 건물까지 계속 등반을 한 후 이후에 중앙도서관까지는 내리막길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 아침 등교할 때 항상 만났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중앙도서관에서 이과대 건물까지 이르는 약 300m 거리를 허리를 숙인 채로 천천히 걸어오르는 5~6명의 초등학교 어린 학생들이었다. 특이한 것은 스케이트 타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하루도 빠짐 없이 똑같은 패턴의 훈련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궁금해서 코치에게 물어봤더니 인근 초등학교 쇼트트랙 선수들이라고 했다.
* 스케이트 지상 훈련 중인 선수들 모습. 사진출처 : 일간스포츠
그렇다.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소치 동계올림픽 스케이트 얘기다. 허리를 펴지않고 300m 오르막길을 스케이트 자세로 매일 이른 새벽에 훈련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도 군 시절에 철원에서 스케이트 훈련이랍시고 일주일에 6시간 정도 지상 훈련을 했는데, 알고 보니 이는 체력 단련 훈련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등병 때라 허리를 폈다가는 조교에게 무슨 징계를 받을지 몰라 꾹꾹 눈물을 참으며 훈련했던 그 시간을 너무도 피하고 싶었다. 그해 겨울 스케이트는 결국 한 번 밖에 타지 못했지만 훈련으로 인해 하체는 몰라보게 튼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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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달을 따고 눈물을 흘리는 이상화 선수(왼쪽), 박승희 선수(오른쪽). 사진 출처 : MBC화면 캡쳐, MK 스포츠
금메달을 딴 이상화 선수도, 동메달을 딴 박승희 선수도,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최선의 레이스를 펼친 다른 모든 선수도, 중계진도, 국민도, 그리고 그 가족들도 모두 눈물을 흘렸다. 비단, 스케이트 선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이들의 눈물이 더욱 뜨겁게 느껴지고 공감되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이런 오랜 기간의 노력이 나의 기억과 맞물려 진심으로 느껴졌기 때문인 듯 하다. 이상화 선수, 박승희 선수, 이규혁 선수 등 스케이트 선수들의 눈물을 보면서 내 머리 속에서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병아리처럼 두 줄을 만들어서 코치의 호각 소리에 맞추어 허리도 펴지 않고 오르막길을 매일 몇 시간 동안이나 오르는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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