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로 나오시기 전까지 저는 당신을 몰랐습니다. 5공 비리 청문회 스타였다는 것도, 인권 변호사로서 6월 항쟁을 주도했다는 것도, 3당 합당에 반대하고 부산에서 민주당 후보로서 출마해 '바보 노무현'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저는 당신의 첫인상을 보고 투표를 결심했습니다. 제 인생 첫번째 대선 투표...
불혹의 나이가 넘으면 자신의 인상에 책임을 져야한다. 전 당신의 그 첫인상을 믿었습니다.
당신은 너무 올곧은 사람이었습니다. 왜 자신에게 너그럽지 못하셨습니까.
세상의 누가 한 줌 티끌도 없이 깨끗하게 살 수 있겠습니까.
당신은 가난과 학벌, 부패 언론, 기득권과 힘겨운 싸움을 싸우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대통령이 된 후
법조계를 개혁하려고 했고, 언론과도 '바보'같은 싸움을 했습니다.
기득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행정수도 이전, 종합부동산세, 교육개혁 등 이 나라의 양극화를 없애기 위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정치적인 자질은 없었나 봅니다.
검찰이라는 권력을 당신 편으로 만들어 '정적'을 제거할 수도 있었고, 언론을 구워삶아 좋은 이미지만을 남길 수도 있었습니다.
반대 세력들을 '포용'의 이름으로 품고 거대 여당을 만들어 더욱 강력한 정책을 추구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올곧은 당신에게서 정치인들은 등을 돌렸고, 검찰과는 적대관계가 되었으며, 언론은 당신을 헐뜯기 바빴습니다.
당신은 정치를 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 부패한 정치 속에서, 기득권의 울타리 속에서 서민들을 위한 정치는 너무 사치스러운 것이었나 봅니다.
주요 언론은 올곧은 당신을 '바보'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이 언론들은 어떠합니까. 날마다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당신에 대한 조문조차 맘대로 하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80년대 대학생들의 현실의식이 이 나라의 민주화를 앞당겼다면, 지금 이 시대에 그런 지식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나라의 민주화는 왜 거꾸로 가고 있는지요.
당신이 선택한 방법은 옳지 않았습니다. 동정 받고자 하신 것이 아닌 것을 알지만, 당신의 방법을 따르려고 하는 우매한 이 나라의 백성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당신이 조금만 더 자신에게 너그러우셨다면, 자신과 주위를 용서하실 수 있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겠지요.
당신이 진정 결백했다면 역사가 당신을 심판해 줄 그날까지 기다렸어야 하지 않았나요. 그토록 이 사회와 역사를 믿지 못하셨나요.
당신은 정치를 못했지만, 인간 노무현은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선택한 방법은 결코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당신은 비겁자요, 패배자입니다.
당신은 정치인 최초로 '노사모'를 가졌었지만, 당신의 진정한 지지자는 경찰의 경계 속에서도 당신의 영정 앞에 흰 국화를 헌화하는 이 모든 국민들입니다.
우리 아이가 큰다면 당신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한때는 '인간적'인 대통령이 있었다고... 이 나라 어린이들에게 '불의에 타협하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바보 대통령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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