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7월 GP 총기 난사 사고를 보고 남긴 글입니다.
최근 들어 전방의 한 GP에서 일어난 한 병사의 총기난사 사고로 사회가 혼란스럽다. 이어 연달아 터진 군 내 인권문제와 군 기강 해이로 인한 일탈들. 군대란 곳이 한창 젊고 생기 있는 20살 남짓한 남자들을 모아 둔 곳이라 여러 가지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는 처음이라 하겠다.
사실, 이번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GP란 용어는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한 말이었다. GP, 수색대, 민정경찰, 헌병완장... 내가 기억하는 GP에 대한 추억이다. 난 GOP에서 군생활을 했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진다. 전역한 지 10년이 다 지나가지만, 군생활의 추억은 아직도 아득하게 남아있다. 내가 기억하는 GOP 생활은 긴장과 동료애로 요약할 수 있다. 실탄과 수류탄의 상시 휴대와 지금은 없어진 대남, 대북방송, 그리고 내가 GOP에 배치된 지 1개월 여만에 맞았던 김일성의 죽음, 전쟁의 공포. 이런 감정들이 GOP에서의 근무 경험으로 기억된다. 또한, 소대 단위로 생활하고, 모든 근무가 이루어짐에 따라 소대원들 사이에 동료애가 꽤나 깊었다. 일주일만 같이 생활해도 정이 쌓이는데, 5개월 간 같이 고생하고 뒹구는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래서, 이번 사고의 수사 내용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의 결론도 내려보곤 했다. 여러 사람의 잘못이나, 조직적 문제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적응 실패가 아닐까 하는. 그런 곳이 군대이고 GP란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남다른 동료애를 생각한다면 이번 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남은 소대원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배려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합동 분향소에서 꽃을 바치며 울던 그 모습은 절대 가식일 수가 없다. 그곳에서의 동료는 바로 가족이고 형제이며 내 살과 같은 것이다. 그런 동료들을 잃은 정신적 충격에 대해서 국가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가능하다면 그들에게 정신과적 치료와 의가사 제대 등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 사고의 후유증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클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가 무섭다. 자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집단 혐오증이다. '다 죽여버리겠다'는 김 일병의 이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선 말이 아니다. 이 사회의 소외계층들, 아웃사이더들. 그 들에게 총과 수류탄이 없을 뿐이다. 우리에게도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난사, 납치와 테러, 가스 살포 등의 재앙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점점 더 이기적이 되어 가는 세상, 나 하나만 중요하다고 인지되어 자라 온 독자 세대, 성적 지상주의, 사회적 정화장치의 부재 등이 이런 불씨들을 만들고 있다.
우리의 문화코드가 점점 더 폭력적, 선정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이버중독증도 만연되고 있다. 사회에 대한 분노를 내뿜는 방식이 점점 과감해지고, 잔인해지는 현재의 사회를 돌리기 위해서는 우리 크리스찬들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문화 선교에 관심을 기울이고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문화를 바꾸어야 사회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어야 사람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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