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버지의 칠순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그 칠십 년 이란 긴 세월 중 오십 년 가까이나 함께 사신 어머니께도 함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버지가 칠순이 되시니 어느덧 제 나이는 마흔 다섯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제 나이 때였을 때 저는 스무살 갓 대학에 합격한 그 시기였습니다. 그 때 대구를 떠나 서울로 온 후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게 되었네요. 마흔 다섯이라는 나이,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그 무게를 스무살 그 시절에는 전혀 알지 못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아버지가 짊어지셨던 그 무거웠던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라는 그 자리, 더군다나 강씨 가문의 장손이라는 그 자리가 결코 쉬운 자리는 아닌 것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제가 아버지의 그 나이가 되어보니 네 명 가족의 가장이라는 자리도 이렇게 어깨가 무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월 꼬박꼬박 받아오시던 그 월급이라는 것을 위해 매일매일 그렇게 먼 직장까지 피곤에 지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녀오셔야 했던 것을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었습니다. 그 때는 공부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야 그 때 어른들이 하신 '공부가 가장 쉬운 거다’라는 말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학을 가고, 군대를 다녀오고, 교환학생으로 미국도 다녀오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손자 손녀도 낳고 키우는 동안 아버지는 마흔다섯에서 환갑을 지나 이제 칠순의 나이까지 달려 오셨습니다. 그렇게 오래 다니셨던 직장을 정년퇴임하신 지도 십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어린 현영이를 데리고 원두막에서 수박을 먹으면서 정년퇴임을 축하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고 그 날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됩니다.
예전이면 칠순이라는 나이가 장수를 축하드리는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잔치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걱정해야 하는 아직은 젊은 나이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건강하시고 활동적이셔서 자식으로서 너무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아프지 마시고 현영이 현준이 결혼해서 증손자 낳아드릴 때까지 어머니와 사이 좋게 오래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팔순 지나 회혼, 구순이 되실 때까지 건강하셔야 합니다. 회사일이 바쁘고 애들 키운다는 핑계로 자주 내려 가지도 못하고, 전화도 많이 못드리지만 그래도 종종 아버지 카카오페이지에 방문해서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제 현영이 현준이도 금방 금방 자라서 대학교 보내고, 군대 보내고, 결혼도 시키면서 저도 아버지가 걸어오셨던 길을 따라 걷겠습니다. 그러면서 또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죠. 저는 현영이 현준이에게 어떤 고마움과 썹썹한 마음을 가지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한없이 주고싶고 썹썹해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우리 현영이 현준이도 지금의 제 나이가 되면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죠.
다시 한 번 뜻 깊은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지금까지 키워 주시고, 염려해 주시고, 지켜봐 주셔서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여전히 가족 친구분들과 많은 활동 하시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약주 너무 많이 드시지 마시고, 운전도 항상 조심하시고, 운동도 많이 하시고, 몸에 좋은 음식도 많이 많이 드시고, 가 보고 싶으신 곳도 여행 많이 다니세요. 경상도 사람이라 많이 표현하지 못했지만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하며 걱정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셔서 더욱 즐겁고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묵묵하신 사랑과 희생에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마음 속에 깊이 담아 두어 왔던 그 말을 이제 아버지의 칠순을 맞아 꺼내 표현하고자 합니다. “아버지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2017년 1월 29일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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